네 보고왔습니다.
이 기말고사의 테스트와 레포트와 논문발표의 압뷁을 뚫고
혼자 꾸역꾸역 닛세이에 가서 유부장의 정통뮤지컬데뷔전(...)을 보고왔습니다.
솔직히 표 예매만 해놓고 내팽겨 쳐 둔지가 근 6개월 가깝게 되어갔던 터라
잘못하면 날짜 지나칠 뻔 했었다죠;;
아무튼 작품에 대한 기초지식도 그냥 [영국의 식인이발사 이야기]라는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간만의 닛세이.
확실히 제국에서 보다가 닛세이에 오니 아기자기하니 작긴 작더군요.
레미 할때는 못느꼈는데, 흐음.
자리는 1층 통로석이었습니다. A석과 별반 다를것이 없는 무늬만 S석인 자리.
앞자리에는 무려 객석에서 도시락을 꺼내드시고
후식으로 빵까지 얌냠의 경악스러운 무적의 아줌마군단이 앉았더랬습니다.
어쨌거나 극의 이야기를 하자면,
무대는 런던.
아름다운 아내를 둔 재주좋은 이발사(이치무라상)가 아내를 탐한 영주에게 누명을 쓰고 섬으로 추방당해 역살이를하게 됩니다.
만고끝에 돌아온 이발사는 아내는 독을 마시고 자살하고 딸내미(소닌)는 영주가 거두어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빵가게를 하던 미세스 라베트(오오타케 시노부상)의 도움으로 다시 건물의 2층에 이발관을 내고
이발을 하는 대신 복수를 하면서 사람을 하나씩 하나씩 죽여갑니다.
그리고 시체는 1층의 빵가게에서 파이의 앙꼬로 넣어 처리합니다.
..유부장은 대체 어디에 나오냐고요?
유부장은 바다에서 난파당해 죽을뻔한 이발사 스위니를 도와준 인연으로 알게되는 젊은 수병으로 나옵니다.
스위니의 딸이자 영주가 20년간 탑에 가둬두고 고이 길러서 홀랑 먹어버리려 하는 아름다운 딸내미 조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청년으로 나오죠.
19세기말 런던의 빈민가라는 설정 답게 다들 얼굴에 다크써클을 잔뜩 바르고 나오니
비쥬얼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합니다.
게다가 이야기 자체도 스위니의 저어어어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복수심과 그것이 가져오는 참담한 결과에 대한
것이라서 무지무지하게 무겁고 메스껍고 역합니다.
설정이 살인에 식인이니 오죽하겠냐고요.
여성 앙상블들의 소프라노는 광기에 차서 극장안의 공기를 찢어발기고
남성 앙상블들의 테너와 바리톤은 암울함과 공포, 굶주림에 어둡고 칙칙하게 내리깔립니다.
그리고 이치무라상의 목소리는 복수심과 분노에 차서 보는 내내 사람 가슴을 이리저리 휘젓더군요.
그 와중에 다만 시노부상의 걸걸한!! 라베트 아줌마의 목소리와
약간 모자란 절름발이 소년 토비(다케다신지)의 행동정도가 유머러스하달까요.
옥탑방 소닌아가씨-조안나조차 호시탐탐 끈적한 시선으로 자신을 노리는 아버지의 뱀같은 시선에 노이로제라도 걸린듯
목소리를 바들바들 떨어가는 신경질적인 소프라노였는데.
그 안에서 유부장만이 해맑고, 건강하고, 싱싱하고, 낙천적인 안소니 청년이었습니다(눈물)
진짜, 그 칙칙하고 습하고 어두컴컴한 극중에서 단연 혼자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물론 창백한 안색에 눈가의 짙은 쿠마는 예외없었지만 말이죠.
아무튼 원래 그런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를 별로 안좋아하는 인간인지라
극 자체는 다시 볼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만,
개인적인 기호를 떠나서 봤을때 작품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니까, 플롯도 그닥 지루하진 않았고, 여기저기 급전개가 있긴 해도 무리하는 감은 없었으며
특히나 넘버들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일관되게 음울하고 칙칙하고 역겨웠으나 하나하나가 개성을 갖고 칙칙하더군요(칭찬이냐;)
이게 진짜 브로드웨이 산이 맞는걸까, 싶을정도로 너무나 음울했습니다.
뭐, 극 얘기는 이정도로 하고.
배우들은. 음. 뭐랄까, 곡들 자체가 목소리를 맑게 내는 곡이 없었기 때문인지
중반이 지난 지금 목상태들이 별로 좋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랄까, 깨달았지만, 고백하자면 전 이치무라상의 목소리 타입을 별로 안좋아하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노부상의 푼수아줌마버젼은 놀라웠습니다.
제안에서 시노부상은 얌전하고 교양있고 점잖은 아주머니의 이미지였는데...
발칵 뒤집힐정도로 쇼크였는데, 그게 또 잘어울려서 놀라웠습니다.
소닌아가씨도 가슴만 큰줄알았더니<-;;; 노래 잘하더군요.
이아가씨에 대해선 미안하지만 진짜 눈꼽만큼도 기대를 안하고 갔었기 때문에
의외로 그 신경질적이고 약간 정신나간 조안나의 불안정한 목소리를 잘 표현하는걸 보고 놀라웠습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놀랐던건 다케다신지.
마지막의 마지막 장면에 갈때까지도 전 토비가 더블캐스팅이어서 다케다신지가 아닌 다른분이 연기하고 계신줄 알았습니다.
맹세코 그게 다케다신지일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약간 모자라지만 순진하고 착해빠진 절름발이 소년 토비의 그 강아지눈빛에
다케다신지 특유의 그 약간 시니컬하고 날카로운 인상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었거든요.
........물론 음정불안, 음색불안, 박자불안, 불안불안이긴 했습니다만,
그걸 빼곤 정말이지 전혀 다케다신지다운 모습은 요만치도 없었습니다<-어이;
근데 마지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토비에서 이야기의 마지막 곡을 부르기 위한 나레이터의 목소리로 바뀌는 순간
눈빛이 싸-악 바뀌는데, 정말 허걱하고 의자의 등받이 뒤로 넘어갈만큼 놀랐습니다.
그리고 인정했습니다.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토토각하 할 만 하구나 이사람.
연기 하나는 진짜 대단합니다 다케다신지. 멋졌습니다.
유부장은 목소리도 좋고 성량도 더 좋아졌더군요.
앞으로 마구마구마구- 기대가 됩니다.
이것저것 다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저기 어디 곰돌이 아저씨 따라서
제국극장의 젊은괴인이라도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욕심이 과하구나;
그렇지만, 정말로 그 어두컴컴칙칙음습한 무대 한가운데에서 혼자 남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삐죽 나와 있는
그 날씬하고 긴 실루엣에 완전 홍가버렸습니다.
[유부장 쵝오! 떼레비 같은데 기웃대지 말고 무대외길인생으로 가줘. 내 간간히 보러가줄께!<-;;;;]
..를 외친 누님팬이었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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